술 마시고 필름 끊겼는데 성관계? 준강간 대처법과 증거 확보 골든타임

“어젯밤 회식 자리에서 분명 즐겁게 술을 마셨는데, 눈을 떠보니 낯선 모텔 방입니다. 옆에는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이 누워있고, 상대방은 ‘어젯밤 좋았잖아, 합의한 거 아니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내 몸에서 일어난 일인데 정작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상대방은 합의된 관계였다고 주장할 때,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함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지만, 술에 만취하여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가졌다면 우리 법은 이를 **‘준강간죄’**로 규정하고 엄중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준강간 대처법

■ 준강간죄, 일반 강간죄와 무엇이 다른가요?

많은 분들이 ‘강간’이라고 하면 폭행이나 협박을 동반한 강제적인 성관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준강간죄는 이러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즉, 가해자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을 ‘이용’하여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입니다.

  • 심신상실: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술에 취해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패싱아웃, Passing-out)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항거불능: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과 저항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 역시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 10. 20. 선고 2022노2228 판결 등 참조).

준강간 대처법

■ “기억이 안 나요”, 블랙아웃도 항거불능 상태일까?

준강간 사건에서 가장 치열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지점입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동의했고, 멀쩡히 대화도 나눴다. 단지 술 때문에 기억을 못 할 뿐이다(알코올 블랙아웃)”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판례는 단순히 술을 마신 후 특정 구간의 기억이 나지 않는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것만으로 즉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기억 장애 외에 인지 기능이나 의식 상태의 장애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고등법원 2023. 6. 8. 선고 2023노57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가 정말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를 판단합니다.

  • 피해자의 음주량, 음주 속도, 평소 주량
  • CCTV 영상에 나타난 피해자의 걸음걸이, 행동, 언행
  • 주변 목격자(함께 술을 마신 지인 등)의 진술
  • 성관계가 이루어진 장소와 경위
  • 사건 전후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화 내용 등

만약 CCTV 영상에서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거나, 횡설수설하는 등 누가 보아도 만취한 상태임이 명백하다면, 설령 피해자가 일부 단편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준강간 대처법

■ 준강간 신고, 증거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상대방이 ‘합의’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과 신속한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겠지만, 다음 사항들을 꼭 기억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1. 현장 및 신체 증거 보존 (가장 중요!)
  • 절대 씻지 마세요. 샤워, 양치, 세수, 손 씻기 등은 가해자의 DNA(정액, 타액, 체모 등) 증거를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 입었던 옷을 그대로 보관하세요. 옷에 묻어있을 수 있는 증거물 보존을 위해 비닐봉지에 밀봉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사건 장소를 최대한 그대로 두세요. 침구류 등을 정리하지 말고 현장을 보존해야 합니다.
  1. 즉시 경찰 또는 해바라기센터 방문
  • 가까운 경찰서나 해바라기센터에 방문하여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합니다.
  • 특히 해바라기센터는 여성경찰관, 상담사, 의료진이 상주하며 상담, 증거 채취(성폭력 응급키트), 진술 녹화, 법률 및 의료 지원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하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1. 객관적인 증거 수집
  • CCTV 영상 확보: 술을 마신 장소, 이동 경로(거리), 숙박업소 입구 및 엘리베이터 등 사건 전후의 동선이 담긴 CCTV는 피해자의 상태를 입증할 가장 객관적이고 강력한 증거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삭제될 수 있으므로 경찰을 통해 신속히 확보해야 합니다.
  • 목격자 진술: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에게 당시 피해자의 주량, 음주 상태 등에 대한 사실확인서나 진술을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 통신 및 결제 기록: 사건 전후 상대방과 나눈 메시지, 통화 기록, 술값 등을 결제한 신용카드 내역 등도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1. 일관된 진술
  •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섣불리 추측하여 진술해서는 안 됩니다.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고,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이유(평소 성 가치관, 상대방과의 관계 등)를 솔직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강간 사건은 피해자의 상태와 가해자의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 복잡한 법적 다툼입니다. 혼자서 이 모든 과정을 감당하기는 매우 벅차고, 자칫 잘못된 대응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 발생 초기, 경찰 조사 단계부터 성범죄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하고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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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FAQ)

Q1. 상대방과 합의금을 받고 끝내면 안 되나요?
A. 성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섣불리 작성된 합의서는 추후 가해자가 ‘합의된 관계’라고 주장하거나, 피해자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했다고 주장하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를 진행하더라도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거쳐 법적으로 안전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Q2. 신고하면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까 봐 두려워요.
A.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합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은 없지만, 여러 정황상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고 신고한 것이라면, 설령 나중에 가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무고죄가 성립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무고 고소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법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와의 상담은 필수적입니다.

Q3.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신고할 수 있나요?
A. 준강간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10년 내에 신고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DNA 같은 직접 증거나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져 입증이 곤란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신고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4. 가해자가 처벌받게 되면 어떤 처벌을 받나요?
A. 준강간죄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매우 무겁습니다(형법 제299조, 제297조).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으며, 징역형 외에도 신상정보 등록, 공개·고지명령, 취업제한명령, 전자발찌 부착 등 각종 보안처분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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