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 성립의 핵심: ‘혐의없음’과 ‘허위 고소’는 다르다

많은 분들이 “내가 강간 혐의를 벗었으니, 상대방은 당연히 무고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가장 큰 오해이자, 무고죄 고소가 어려운 진짜 이유입니다.

수사기관의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은 “당신이 결백하다는 것이 100%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고소인의 주장만으로는 당신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즉, 성범죄의 증거가 부족했다는 사실과, 상대방의 고소가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을 무고죄로 처벌시키려면, ‘증거 불충분’이라는 소극적 상황을 넘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당신이 직접, 적극적으로 입증해야만 합니다.

1. 신고 내용이 ‘명백한 허위’여야 합니다.

상대방의 고소 내용, 특히 ‘합의된 성관계’를 ‘폭행과 협박에 의한 강간’이라고 주장한 핵심적인 부분이 거짓이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고소 내용에 일부 사소한 과장이 섞여 있거나(대법원 1995. 2. 24. 선고 94도3068 판결), 단순히 당신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원 역시 신고 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는 무고죄를 인정하지 않으며,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적극적인 증거를 요구합니다(대법원 1977. 2. 22. 선고 76도1455 판결).

2. 상대방에게 ‘허위라는 인식(고의)’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거짓일 수도 있겠다’고 미필적으로나마 생각하면서도 신고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도2417 판결). 만약 상대방이 어떤 상황을 오해하여 당신이 자신을 강간했다고 진심으로 믿고 고소했다면, 설령 그것이 객관적으로 사실이 아니더라도 무고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당신을 ‘처벌받게 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형사처분을 받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신고해야 합니다. 다만 이 목적은 고소장을 제출하는 행위 자체로 어느 정도 추정되므로, 앞선 두 가지 요건에 비해 입증이 까다롭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도246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