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홈캠, 아내 친구가 놀러 왔을 때 켜두면 '불법촬영'이 될까요?
요즘 보안이나 반려동물 때문에 집에 홈캠(가정용 CCTV)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편리하고 안심을 주는 홈캠이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생각지도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데요.
최근 한 신혼부부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사건의 개요]
신혼집에 홈캠을 설치해 둔 A씨 부부. 어느 날 아내가 동성 친구들을 초대해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남편 A씨는 자리를 비워주었죠. 그런데 며칠 후, 아내의 친구 B씨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고소했습니다. 자신이 거실에서 속옷만 입고 있을 때, A씨가 홈캠으로 그 모습을 촬영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경우, 남편 A씨에게 ‘불법촬영죄’가 성립할까요? 홈캠과 불법촬영죄의 성립 요건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카메라등이용촬영죄’란 무엇일까요?
먼저 법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크게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할 것 (홈캠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할 것
-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할 것
이 세 가지 요건을 위 사례에 대입해 법적 쟁점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2. 홈캠 불법촬영의 핵심 쟁점 3가지
쟁점 ①: 홈캠 설치 및 촬영의 ‘고의성’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일부러’ 찍었는가 하는 ‘고의성’ 문제입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하려면, 피의자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촬영을 감행하려는 의도, 즉 ‘촬영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 방범용 홈캠 vs 몰래카메라: A씨의 홈캠은 원래 방범 목적으로 설치된 것입니다. 특정인을 몰래 찍기 위해 숨겨 설치한 ‘몰래카메라’와는 설치 목적부터 다릅니다.
- 의도적인 촬영 행위: A씨가 집을 비운 상태에서, 아내 친구의 특정 모습을 찍기 위해 홈캠을 원격으로 조작하거나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등의 ‘적극적인 촬영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24시간 녹화되는 홈캠을 끄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촬영했다’고 단정하기는 힘든 것이죠.
쟁점 ②: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에 해당할까?
고소인 B씨는 ‘속옷 차림’이 촬영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속옷 차림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쉬고 있는 모습이, 반드시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촬영된 영상의 전체적인 맥락, 노출의 정도, 촬영 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쟁점 ③: 촬영에 ‘동의’가 없었다는 점
B씨는 당연히 자신의 속옷 차림을 촬영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을 것입니다.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은 충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만약 아내가 친구들에게 “우리 집엔 홈캠이 있어”라고 미리 알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홈캠의 존재를 인지하고도 집에서 머물렀다는 사실이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여지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속옷 차림과 같은 민감한 모습의 촬영까지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동의 없는 촬영’이라는 점은 B씨에게 유리한 주장이 될 수 있습니다.

3. 결론: 그래서, 죄가 될까요?
종합적으로 볼 때, A씨의 행위가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촬영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방범용으로 항상 켜져 있는 홈캠에 우연히 녹화된 것과,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특정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명백히 다릅니다.
하지만, 만약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 A씨가 홈캠 앱으로 실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
- A씨가 B씨의 특정 모습이 담긴 영상을 따로 저장하거나 유포한 정황
- 평소에는 꺼두던 홈캠을 그날따라 의도적으로 켜두었다는 정황
이런 경우엔 성적인 목적을 가진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슬기로운 홈캠 사용법: 이런 갈등을 피하려면?
홈캠은 우리를 지켜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오해와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다음 사항을 기억해 주세요.
- 손님이 오면 미리 알려주세요: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는 “거실에 홈캠이 설치되어 있다”고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잠시 꺼두는 센스!: 손님이 집에서 머무르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홈캠을 잠시 꺼두거나 다른 방향으로 돌려두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 가족 간에 사용 규칙을 정해두세요: 홈캠의 녹화 시간, 영상 확인 권한 등에 대해 가족 구성원과 미리 합의하여 규칙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갈등의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금만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안전과 사생활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홈캠이 24시간 자동으로 녹화되는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단순히 자동으로 녹화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 가능성이 낮습니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촬영했다는 ‘고의’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녹화된 영상을 보고 특정 부분을 따로 저장하거나, 원격으로 카메라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Q2. 배우자는 홈캠의 존재를 아는데, 배우자의 친구는 몰랐다면 어떻게 되나요?
A. 불법촬영죄는 촬영 ‘대상자’의 동의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배우자가 동의했더라도, 촬영된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친구에 대해서는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각 개인의 동의 여부가 중요합니다.
Q3.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영상을 바로 삭제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촬영 행위 자체가 범죄 요건을 충족했다면, 영상을 삭제했더라도 ‘촬영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반성의 의미로 즉시 삭제하고 유포하지 않았다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양형에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는 있습니다.
Q4. 집에 손님이 올 때마다 홈캠을 꺼야 하나요?
A. 법적인 의무는 아니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끄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손님에게 홈캠의 존재와 녹화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거실, 주방 등 공용 공간이 아닌 침실이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 근처에 카메라가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