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자위 영상' 구매 시도… "신고하겠다" 협박, 처벌받을까요?
1. 가상의 사연: 잘못된 호기심과 시작된 악몽
고등학생 준수 군은 늦은 밤, 습관처럼 트위터를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일탈’, ‘#영상판매’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한 계정을 발견했습니다. 프로필에는 ‘인증 가능’, ‘DM 주세요’ 같은 문구와 함께 흐릿한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순간적인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준수 군은 “영상 구매하고 싶습니다”라는 DM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답장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상대방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네가 미성년자한테 영상 사려 한 거 다 안다. 네 트위터 계정으로 신상 터는 건 일도 아니다. 학교랑 부모님께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30만 원을 보내라”며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준수 군은 영상을 구매하지도, 받지도 않았지만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정말 자신의 신상이 알려질까, 혹시라도 경찰 조사를 받고 처벌받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순간의 호기심이 끔찍한 협박으로 이어진 경우, 준수 군은 정말 처벌을 받게 될까요? 그리고 이 악몽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2. 첫 번째 쟁점: 아청법, 구매 ‘시도’만으로도 처벌될까?
가장 두려운 부분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히 구매 의사를 묻는 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 아청법에서 규정하는 처벌 대상
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ㆍ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5항).
여기서 핵심은 ‘구입’, ‘소지’, ‘시청’이라는 완성된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법은 범죄의 ‘미수(시도)’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합니다. 아청법 제11조는 성착취물 ‘제작’의 미수범은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6항), ‘구입’의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따라서 준수 군처럼 돈을 보내거나 영상을 실제로 전송받는 등 ‘구입’ 행위가 완료되지 않고, 단순히 구매 의사를 표현하는 데 그쳤다면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 ‘알면서’ 구입했는가? (고의의 문제)
설령 구입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처벌을 위해서는 그것이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한 행위여야 합니다. 판매 게시글에 ‘고등학생’, ‘미자(미성년자)’ 등 미성년자임을 암시하는 단어가 있었다면, 몰랐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사기관은 명확히 몰랐더라도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행동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023. 8. 9. 선고 2022노975 판결 참조).
- 가장 위험한 경우: 샘플 영상이라도 받았다면
만약 협박범이 ‘맛보기’라며 사진이나 영상 파일, 혹은 스트리밍 링크를 보냈고 이를 열어보았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집니다. 파일을 다운로드했다면 ‘소지’에, 링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았다면 ‘시청’에 해당하여 아청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죄는 그 자체로 매우 중하게 다루어지며,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로 인식됩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3. 4. 14. 선고 2022고합253 판결 참조).
3. 두 번째 쟁점: ‘신고하겠다’는 협박,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히려 지금 준수 군이 처한 상황의 핵심은 ‘아청법 위반’이 아니라 ‘협박 피해’입니다. 준수 군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상대방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 상대방의 행위는 ‘공갈죄’ 또는 ‘협박죄’
상대방처럼 해악을 끼칠 것을 알리며(신고하겠다, 신상을 유포하겠다)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는 ‘협박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83조). 나아가 이를 빌미로 금전을 요구했으므로 ‘공갈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준수 군은 범죄 혐의자가 아니라, 공갈 협박 범죄의 ‘피해자’인 것입니다.
-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
- 절대 돈을 보내지 마세요: 돈을 보내면 협박이 끝나기는커녕, 더 쉬운 먹잇감으로 보고 추가적인 금품을 요구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습니다.
- 대화 기록을 삭제하지 마세요: 상대방의 계정 정보, 협박 내용이 담긴 DM 등 모든 대화 내용은 상대의 범죄를 입증할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반드시 전부 캡처해서 보관해야 합니다.
-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대화를 이어가지 마세요: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사과, 애원 등을 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차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가장 현명한 대처법: 증거 확보 후 법적 조치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 결합형 협박’은 피해자의 약점을 잡아 신고를 못 하게 막고 돈을 뜯어내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상대방이 실제로는 준수 군의 신상 정보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확보한 증거(대화 내용 캡처, 상대방 계정 정보 등)를 가지고 경찰에 상대방을 공갈죄 등으로 신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4. 결론: 두려워 말고, ‘피해자’로서 당당히 대응해야 합니다.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 첫째, 아청물을 ‘구매 시도’만 한 것으로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하지만 샘플 영상이라도 받아서 보거나 저장했다면 매우 위험합니다.
- 둘째, ‘신고하겠다’며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명백한 공갈, 협박 범죄입니다. 당신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입니다.
- 셋째, 절대 돈을 보내지 말고, 모든 대화 기록을 증거로 확보해야 합니다.
- 넷째, 감정적인 대응을 멈추고,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호기심 때문에 경찰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망설임이 범죄자에게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를 기회가 됩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법적 문제에 직면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고 이 악몽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5.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협박범을 경찰에 신고하면, 저의 구매 시도 행위도 조사를 받고 처벌받나요?
A. 경찰에 공갈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사건의 발단이 된 구매 시도 행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 실제 구입이나 소지, 시청 행위가 없었다면 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본인이 이 사건의 ‘피해자’임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신고 절차를 진행하며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아청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A. 아청법 제11조 제5항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벌금형이 없어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되어 10년간 경찰에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취업이 제한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Q3. 협박범이 제 이름과 학교를 알아내서 연락했습니다. 어떻게 하죠?
A.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돈을 보내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범죄가 더 대담해질 뿐입니다. 즉시 모든 대화와 접근을 차단하고, 확보한 모든 증거를 가지고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경찰 신고 및 추가 피해 방지 조치를 논의해야 합니다.
Q4. 저는 미성년자인데, 부모님 몰래 변호사님과 상담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많은 법률사무소에서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초기 상담을 진행합니다. 혼자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과 법적 문제에 대해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어렵다면, 우선 변호사와 상담하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일지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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