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소변보다 경찰 출석? 공연음란죄, 오해와 진실
안녕하세요, 법률 전문가가 알려드리는 생활 속 법률 이야기입니다.
최근 공원이나 길가에서 급하게 용변을 보다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화장실이 없어 구석에서 소변을 봤을 뿐인데, 공연음란죄라니요?”라며 억울함을 토로하시는데요.
오늘은 이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노상방뇨’ 행위가 과연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하는지, 그 성립 요건과 법원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하게 짚어보겠습니다.

1. 공연음란죄란 무엇일까요?
먼저 공연음란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 형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245조(공연음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이 죄가 성립하려면 두 가지 핵심 요건, ① 공연성과 ② 음란한 행위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 ① 공연성: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꼭 누군가 봐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가능성만 있어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 ② 음란한 행위: 대법원은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9도14056 판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란한 행위’에 대한 의도, 즉 주관적 요건입니다. 판례는 성적인 목적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음란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3도6514 판결).

2. 단순 노상방뇨 vs 공연음란죄: 법원의 판단 기준
그렇다면 단순히 소변을 보기 위해 성기를 노출한 행위도 ‘음란한 행위’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은 행위자의 ‘주된 목적과 의도’를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성적인 의도 없이 단순히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를 ‘음란한 행위’로 보아 공연음란죄로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행위의 주된 목적이 배설이었는가?
- 주변에 화장실이 없는 등 상황이 급박했는가?
-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구석진 곳을 찾는 등 은폐하려는 노력을 했는가?
- 성기를 노출한 시간과 방법이 배설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였는가?
최근 판례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한 법원은 “피고인이 성기를 노출한 주된 이유는 소변을 보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공연음란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2. 8. 18. 선고 2021고정237 판결).

3. 그렇다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을까요? ‘경범죄처벌법’ 적용 가능성
공연음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경범죄처벌법이 있습니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33호(과다노출)
공개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
이 조항은 성적인 의도나 ‘음란성’까지는 없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노출하여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 자체를 규제합니다. 따라서 단순 노상방뇨는 형법상 공연음란죄보다는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로 처벌(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 역시 성적인 행위와 관련된 음란행위는 형법(공연음란죄)으로, 단순 노출 행위는 경범죄처벌법(과다노출죄)으로 구별하여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9. 9. 5. 선고 2018노2872 판결).
4. 경찰 출석 요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만약 노상방뇨로 신고되어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당황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 조사에 성실히 임하기: 경찰의 출석 요구는 정당한 절차이므로 피하지 말고 응해야 합니다.
-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당시 상황을 침착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화장실을 찾으려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해결했다.”
-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최대한 가리려고 노력했다.”
- 성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명확히 하기: 공연음란죄의 핵심은 ‘음란성’이므로, 성적인 의도나 목적이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공원에서 소변을 보다가 적발되면 무조건 공연음란죄로 처벌받나요?
A. 아닙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행위의 ‘의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성적인 목적 없이 단순히 급한 생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공연음란죄보다는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2. 공연음란죄로 처벌받으면 전과기록이 남나요?
A. 네, 그렇습니다. 공연음란죄는 형법상 ‘성범죄’에 해당하므로 유죄 판결 시 성범죄 전과기록이 남게 됩니다. 반면, 경범죄처벌법 위반(과다노출)은 범칙금 처분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 전과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이것이 두 죄의 매우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Q3. 아무도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공연음란죄의 ‘공연성’은 실제로 누군가 봤는지 여부가 아니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상태’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공원처럼 열린 공간이었다면, 실제로 목격자가 없었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4.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진술해야 유리한가요?
A.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장실을 찾으려 노력했던 점, 인적이 드문 곳을 선택한 점, 급박했던 상황 등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 자신의 행위가 ‘음란한 행위’가 아닌 ‘불가피한 생리 현상 해결’이었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6. 결론: ‘의도’가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공공장소에서 소변을 본 행위는 그 자체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공연음란죄’라는 성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행위의 ‘의도’가 생리현상 해결에 있었는지, 아니면 성적 만족이나 타인에 대한 성적 자극에 있었는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크게 달라집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했다면 위 내용을 참고하여 현명하게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억울하게 공연음란죄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조속히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