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가스라이팅... 교묘한 심리 지배, 성범죄로 처벌 가능할까?
최근 뉴스나 드라마에서 ‘그루밍’이나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두 단어 모두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행위를 지칭하지만, 법적인 의미와 처벌 가능성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성범죄와 연관될 경우,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정확한 의미와 법적 차이점, 그리고 어떤 경우에 성범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그루밍(Grooming)’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처벌되나요?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신뢰를 쌓은 뒤, 점차 정신적으로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다음과 같은 단계적 특징을 보입니다.
- 피해자 물색: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취약하거나 애정결핍을 겪는 아동·청소년을 주요 표적으로 삼습니다.
- 신뢰 형성: 칭찬, 선물 공세, 고민 상담 등을 통해 피해자의 환심을 사고 친밀하고 신뢰 깊은 관계를 형성합니다.
- 피해자 고립: 피해자를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과 서서히 멀어지게 만들어 자신에게만 의존하도록 만듭니다.
- 관계의 성적 변질: 점차 성적인 대화를 시도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며 성적인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 성적 착취 및 통제 유지: 본격적인 성적 착취를 행하고, 이를 비밀로 유지하도록 협박하거나 회유하며 통제를 지속합니다.
과거에는 ‘그루밍’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실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해야만 처벌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그루밍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15조의2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목적 대화 등’을 처벌하는,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 처벌 규정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성인이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반복하거나,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
즉, 직접적인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온라인에서 성 착취를 목적으로 아이에게 접근하여 성적인 대화를 반복하는 그루밍 행위 자체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2.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무엇이며, 범죄가 될 수 있나요?
‘가스라이팅’은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상대방이 스스로의 판단력이나 기억력을 의심하게 만들어, 가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통제당하게 만드는 심리적 학대의 일종입니다.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와 같은 말을 반복하며 피해자의 현실 인지 능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스라이팅은 그 자체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스라이팅을 수단으로 하여 다른 범죄가 발생했다면, 해당 범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 강요죄(형법 제324조): 가스라이팅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동원되어 피해자가 원치 않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면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 협박죄(형법 제283조): 피해자의 현실 판단 능력이 흐려진 상태를 이용하여 해악을 끼칠 것을 알려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강간죄 또는 준강간죄: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지배당하여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항거불능 상태)에 이르렀고, 이를 이용하여 가해자가 성관계를 했다면 준강간죄 성립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적 취약점을 이용하여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소위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자를 함부로 거역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 범행을 저지른 경우 이를 유죄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23. 2. 10. 선고 2021고합1027 판결 참고).
다만, 가스라이팅에 의한 심리적 지배 상태를 법적으로 ‘항거불능’으로 인정받는 것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가해자의 구체적인 행위, 두 사람의 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핵심 차이점
구분 | 그루밍 (Grooming) | 가스라이팅 (Gaslighting) |
주요 대상 | 주로 아동·청소년 | 특정되지 않음 (연인, 가족, 직장 등) |
핵심 목표 | 성적 착취 | 심리적 지배 및 통제 |
접근 방식 | 긍정적 관계 형성 (신뢰, 애정, 호감) | 부정적 심리 조작 (현실 왜곡, 자존감 파괴) |
법적 처벌 | 온라인 그루밍은 아청법으로 직접 처벌 가능 | 그 자체는 범죄가 아니며, 다른 범죄의 수단이 될 때 해당 범죄로 처벌 |
이처럼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은 교묘한 심리 지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주된 목표와 접근 방식, 그리고 법적 처벌 근거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만약 당신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그루밍이나 가스라이팅을 이용한 성범죄로 고통받고 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십시오. 가해자와 주고받은 메시지, 녹음 파일, 주변인의 증언 등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복잡한 법적 쟁점을 다투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신속하게 변호사와 상담하여 현재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시길 바랍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그루밍이나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나요?
A1. 가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SNS 다이렉트 메시지(DM) 등 대화 내용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통화 녹음, 일기나 메모, 가해자의 행위를 목격한 지인의 진술, 심리적 고통을 입증할 수 있는 정신과 상담 기록 등도 유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증거가 많을수록 법적 다툼에서 유리하므로 최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연인 사이의 일인데도 가스라이팅으로 처벌이 가능한가요?
A2. 네, 가능합니다. 연인 관계라는 이유로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가스라이팅을 통해 상대방의 재산을 빼앗았다면 공갈죄나 사기죄, 폭언이나 협박으로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했다면 강요죄나 협박죄,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했다면 준강간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연인 관계의 특성상 합의된 행동과의 구분이 모호할 수 있어 법률 전문가의 세밀한 검토가 필수적입니다.
Q3. 가해자가 미성년자인데도 그루밍 성범죄로 처벌받나요?
A3. 가해자의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지만,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 14세 이상이라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소년법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됩니다.
Q4. 온라인에서만 대화했는데, 이것도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되나요?
A4. 네,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는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아동·청소년과 성적인 대화를 반복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만남이나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온라인상의 대화만으로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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