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성추행범으로 몰렸다. 신상등록의 공포,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상의 사연입니다]
A씨는 여자친구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과 시비가 붙었고, 급기야 여자친구와 상대 테이블의 여성 B씨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당황한 A씨는 싸움을 말리기 위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어 떼어놓으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B씨의 팔과 어깨 부근을 붙잡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A씨는 경찰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B씨가 “A씨가 싸우는 와중에 의도적으로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A씨는 싸움을 말리려던 것일 뿐, 어떠한 성적인 의도도 없었기에 억울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으면 신상정보가 등록된다’는 사실에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신체 접촉으로 성추행 혐의를 받게 되는 경우, 당사자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심정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성범죄자 신상등록’이라는 말을 들으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닌지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오늘은 이처럼 억울하게 성추행으로 고소당했을 때 법적으로 어떤 쟁점들이 있는지,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신상정보등록은 어떤 경우에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첫 번째 쟁점: 싸움을 말리던 중의 신체 접촉, 법적으로 ‘추행’일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A씨의 행동이 법적으로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우리 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단순히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추행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추행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 행위자의 의도 (고의): 성적인 의도나 목적이 있었는가?
-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어떤 상황에서 신체 접촉이 발생했는가?
- 구체적인 행위 방식: 신체 어느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접촉했는가?
- 두 사람의 관계: 평소 어떤 관계였는가?
- 주위의 객관적 상황: 당시 주변 환경은 어떠했는가?
A씨의 경우, 성적인 목적이 아니라 ‘싸움을 말린다’는 명확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여성 두 명이 격렬하게 다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접촉이 이루어졌다는 점, 접촉 부위나 방식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즉,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점(추행의 고의 부인)**을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 무혐의를 주장하는 핵심이 됩니다.

2. 두 번째 쟁점: 두려운 ‘신상정보등록’, 무조건 등록될까?
성범죄에 대한 불안감만큼이나 큰 것이 바로 ‘신상정보등록’ 제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성추행으로 고소만 당해도 신상정보가 등록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가. 신상정보등록의 조건: ‘유죄 판결 확정’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신상정보 등록은 성범죄에 대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만 이루어집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
따라서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신상정보는 등록되지 않습니다.
나. 유죄 판결 시, 등록과 공개는 다르다!
만약 안타깝게도 유죄 판결을 받게 되더라도, 모든 정보가 즉시 이웃에게 알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부과하는 보안처분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뉩니다.
- 신상정보 ‘등록’: 유죄 판결(벌금형 포함) 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사진 등의 정보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여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3조). 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수사기관 내부에서 관리됩니다.
-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등록된 정보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게시(공개)하거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거주지 주변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세대주에게 우편으로 알리는(고지)하는(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9조) 가장 강력한 처분입니다.
매우 중요한 점은,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공개·고지’는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되거나, 범행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경우, 공개·고지로 인해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될 때 ‘공개·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공개·고지에 대해서는 면제 판결을 내립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3. 8. 18. 선고 2023고단637 판결 등 참조).
다. ‘선고유예’ 판결의 경우
만약 혐의를 완전히 벗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선고유예’ 판결을 목표로 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는 판결로, 2년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짐)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 신상정보 ‘등록’은 해야 하지만, 2년이 지나 면소된 후에는 등록 면제를 신청하여 등록 기록을 삭제할 수 있습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5조의2). 또한, 선고유예 정도의 가벼운 사안이라면 공개·고지 명령은 대부분 면제됩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4. 7. 선고 2022고정760 판결 참조).

3. 결론: 억울한 성추행 고소, 초기 대응이 전부다
정리하자면, 싸움을 말리다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인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하여 무혐의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상정보등록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 초기, 경찰의 첫 조사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상황을 진술하고, CCTV, 목격자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섣부른 사과나 어설픈 합의 시도는 자칫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고지’는 다른 차원의 처분이며, 재판 과정에서 여러 사정을 주장하여 공개·고지 명령을 면제받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습니다.
순간의 오해로 성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했다면, 혼자서 불안에 떨기보다는 즉시 변호사와 상담하여 체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계속 주장하면 믿어주지 않을까요?
A. ‘의도’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시의 객관적인 정황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싸움을 말리려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CCTV 영상, 여자친구를 포함한 목격자의 일관된 진술 등을 통해 주장의 신빙성을 높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Q2. 벌금형 정도로 가볍게 끝나도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벌금형도 명백한 ‘유죄 판결’이기 때문에, 벌금형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가 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22. 선고 2023고정1504 판결 참조). 많은 분들이 벌금만 내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성범죄의 경우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부가적인 처분이 따른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Q3.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당신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성추행 혐의가 무혐의로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무고죄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당시 상황을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Q4. 아이가 있는 가장입니다. 이런 점이 재판에 영향을 줄까요?
A. 네, 양형(형의 무게를 정하는 것) 단계에서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여부를 결정할 때, 법원은 명령으로 인해 피고인 본인과 그 가족이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합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점,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하다는 점 등은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으며, 공개·고지 명령을 면제받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