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미끼 성범죄, 어떤 법으로 처벌받나?
최근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접근해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가해자는 ‘시험 족보’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영상통화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요구하고, 직접 만나 강제로 신체를 접촉하는 등 복합적인 형태의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처럼 성범죄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른 법 조항이 적용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사건에 나타난 두 가지 핵심 행위, 즉 ① 영상통화를 이용한 성적 행위 요구와 ② 강제적인 신체 접촉이 각각 어떤 법률에 의해 처벌받는지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1. 영상통화로 성적 행위 요구: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건에서 가해자는 피해자들에게 “속옷만 입고 무릎을 꿇어라”라고 요구하며 이를 영상통화로 지켜보았습니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이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적 목적: 가해자 자신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 통신매체 이용: 전화, 컴퓨터, 스마트폰 앱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야 합니다. 영상통화는 명백한 통신매체입니다.
- 성적 수치심 유발 영상 등의 도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영상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도달’이란 상대방이 이를 직접 접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포함합니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도21389 판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특정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고 그 모습을 영상통화 화면을 통해 보았다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영상이 통신매체를 통해 상대방(가해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해자의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원치 않는 성적 이미지에 접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한 명백한 범죄 행위입니다.

2. 강제적인 신체 접촉: ‘강제추행죄’
가해자는 피해자 중 1명을 특정 장소로 유인하여 강제로 신체를 접촉했습니다. 이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제추행죄의 핵심 요건은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하는 것입니다.
- 폭행 또는 협박: 여기서의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며, 반드시 상대방의 저항을 억압할 정도로 강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에 접촉하는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기습추행).
- 추행: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를 유인한 뒤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다면, 그 접촉 행위 자체가 ‘폭행’이자 ‘추행’으로 평가되어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설령 ‘시험 족보를 주겠다’는 속임수(위계)가 동원되었더라도, 물리적인 접촉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이상 강제추행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3.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영상통화로 한 행위인데, 신체 접촉이 없어도 처벌되나요?
A. 네, 처벌됩니다.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바로 그러한 비접촉 성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하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Q2.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은 매우 넓게 해석됩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갑작스럽게 신체를 만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그 신체 접촉 행위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를 억압하는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명시적인 폭언이나 물리적 압박이 없었더라도 강제추행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Q3.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요구에 따랐습니다. 그래도 범죄가 되나요?
A. 네, 범죄가 성립합니다. 취업이라는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법은 바로 그러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가해자의 행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따랐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습니다.
Q4. 어떤 증거를 준비해야 할까요?
A.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가 중요합니다.
- 디지털 증거: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음, 이메일 등 가해자와의 소통 기록
- 기록: 피해 사실을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대화와 행동 순으로 상세히 기록한 일기나 메모
- 목격자: 주변에 상황을 목격했거나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사람의 진술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자 진술 자체가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결론: 모든 형태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는 범죄입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 사건은 성범죄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의 존엄성을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비접촉 성희롱부터 강제적인 신체 접촉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신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유사한 피해를 겪고 있다면, 혼자서 감당하려 하지 마십시오. 즉시 대화를 중단하고 증거를 확보한 뒤, 경찰(112)이나 해바라기센터(1899-3075) 등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성범죄 전문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