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에 모텔 갔는데… ‘항문 애무’가 유사강간죄?
1. 가상의 사연: 평범한 회사원의 하룻밤 악몽
민준씨는 채팅 어플로 만난 상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합의하에 모텔에 들어섰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스킨십을 하던 중, 상대방도 동의했다고 생각해 손가락을 항문에 넣는 항문 애무를 시도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돌변하여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모든 것에 동의한 줄 알았는데,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지?’라며 당황스럽겠지만, 이 행위는 순식간에 민준씨를 유사강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유사강간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 첫 번째 쟁점: “모텔에 같이 갔으면 다 동의한 거 아닌가요?” – 성적 자기결정권의 함정
많은 분들이 민준 씨처럼 ‘합의하에 모텔에 갔다’는 사실을 모든 성적 행위에 대한 ‘포괄적 동의’로 오해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우리 법이 보호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성행위를 할 것인지 여부,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의 성행위를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참조).
핵심은 **‘동의는 모든 단계에서, 모든 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 모텔에 함께 가는 것에 동의했다고 해서, 성관계에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해서, 특정 체위나 항문 애무와 같은 다른 방식의 성행위에까지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설령 사전에 성행위에 동의했더라도 ‘자신이 예상하지 않았던 성적 접촉이나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명확히 판시하여, 모든 성적 행위에는 개별적인 동의가 필요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도3341 판결 참조).”
따라서 상대방이 특정 행위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즉시 그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행위를 계속한다면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3. 두 번째 쟁점: “장난이나 애무인 줄 알았어요” – 유사강간죄의 성립 요건
민준 씨의 행위는 형법상 **‘유사강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2012년 신설된 유사강간죄는 과거 강제추행으로만 처벌되던 행위 중 죄질이 나쁜 유형을 강간에 준하여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중범죄입니다.
형법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법 조문에서 보듯,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항문에 손가락을 넣는 행위는 유사강간죄의 구성요건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여기서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강력한 유형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신체 접촉을 위해 사용된 모든 유형력, 즉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손가락을 넣으려는 행위 자체가 폭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애무의 일종이었다’ 또는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피해자가 그 행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유사 강간 혐의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유사강간죄는 벌금형 없이 오직 징역형(최소 2년 이상)만 규정되어 있어, 유죄로 인정될 경우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무서운 범죄입니다.
4. 세 번째 쟁점: 경찰 조사를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할까?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면, 그 순간부터 당신의 모든 행동이 수사와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섣부른 연락 및 증거인멸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상대방에게 연락해 사과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비춰져 수사 단계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이 나눈 채팅 기록 등을 삭제하는 행위 역시 증거인멸의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되어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 가장 중요한 첫걸음: 변호사와의 상담
경찰 조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받는 첫 번째 공식 절차이며, 이때 진술한 내용은 ‘피의자신문조서’에 기록되어 향후 재판에서 번복하기 어려운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경찰에 출석하기 전, 반드시 성범죄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야 합니다. 변호사는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 사건 당시의 정황 등을 법리적으로 분석하여 당신에게 적용된 혐의가 무엇인지, 어떤 증거가 불리하게 작용할지, 어떻게 진술해야 방어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줄 것입니다.
5. 결론: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정리하자면, 아무리 좋은 분위기에서 합의하에 모텔에 갔더라도, 모든 성적 행위에 대한 동의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원치 않는 항문 애무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유사강간이라는 중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 성관계 동의가 모든 행위에 대한 ‘만능키’는 아닙니다.
- 상대방 동의 없는 항문 삽입 행위는 ‘유사강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유사강간죄는 벌금형 없이 2년 이상의 징역형만 규정된 중범죄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성범죄는 유죄 인정 시 형사처벌은 물론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등 각종 보안처분이 뒤따라 사회적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의 첫 연락을 받은 그 순간이 바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입니다. 혼자서 안일하게 대처하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기보다는, 신속하게 성범죄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체계적으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변호사에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채팅으로 성적 취향에 대해 이야기 나눈 기록이 있는데, 동의의 증거가 될 수 없나요?
A. 사건 전에 나눈 대화는 당시의 분위기나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동의를 직접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법원은 실제 행위가 이루어지던 순간에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했는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화 기록만 믿고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Q2.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거나 강하게 저항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처벌받나요?
A. 네, 처벌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아니더라도, 행위에 대한 ‘부동의’ 의사 표시가 있었다면 범죄 성립을 인정합니다. 말로 “하지 마”라고 하거나, 몸을 피하는 행위, 표정이 굳어지는 등 거부의사를 표현했다면 충분합니다.
Q3.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유사강간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되는 ‘비반의사불벌죄’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처벌불원서를 받더라도 수사와 재판이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통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것은 양형(형량 결정)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감경 요소로 작용하므로, 반드시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Q4. 억울하게 신고당한 것 같습니다. 무죄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A. 물론 억울한 상황이라면 무죄를 다투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금전적 목적 등으로 허위 신고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사건 전후의 객관적인 증거(CCTV, 채팅 기록, 통화 내역 등)를 확보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매우 전문적인 법적 다툼이므로, 반드시 초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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