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명예훼손, 스토킹),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성폭행 피해 사실을 용기 내어 알렸지만,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이나 스토킹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으셨나요? 이는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사건을 덮으려는 전형적인 2차 가해 수법입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법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 위협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적 방안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

1. 가해자의 역고소, 그 의도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이나 스토킹을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고소를 취하하게 만들거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법원 역시 “우리 사회는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24. 3. 22. 선고 2023고정169 판결 명예훼손).

가해자가 보낸 내용증명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우편물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해서 즉시 법적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

2.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위협, 법적으로 따져보기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성립합니다 (형법 제307조). 하지만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모든 행위가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위법성 조각사유’ 때문입니다.

우리 형법 제310조“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범죄 피해를 알리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추가 피해자 발생 방지: 가해자의 실체를 알려 다른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합니다.
  • 사회적 경각심 제고: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합니다.
  •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 구제: 자신의 피해 회복과 권리 구제를 위해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① 피해 사실이 진실이고, ② 이를 알린 주된 목적이 가해자 비방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

3. “스토킹으로 고소하겠다”는 위협, 정말 성립할까요?

스토킹범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할 때 성립합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여기서 핵심은 ‘정당한 이유’의 유무입니다. 성폭행 피해자가 자신의 권리 구제를 위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피해 사실 입증을 위한 증거 수집
  • 사과나 합의를 요구하기 위한 연락
  • 법적 절차 진행을 위한 준비 행위

이러한 행위들은 스토킹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므로, 가해자의 스토킹 주장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

4.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

가해자의 역고소 위협에 직면했다면, 다음과 같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모든 증거 확보 및 보존: 성폭행 피해 증거는 물론, 가해자로부터 받은 내용증명, 협박성 메시지, 통화 기록 등 모든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향후 법적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2. 법률 전문가의 조력 구하기: 혼자서 대응하기보다 성범죄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와 상담하여 법적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3. 피해자 보호 조치 적극 활용: 가해자의 접근이나 연락이 계속된다면,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접근금지 등)를 경찰에 신청하여 신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조).
  4. 심리적 안정 유지 및 지원 요청: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클 수 있습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 해바라기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역고소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성폭행 피해 사실을 친구나 가족에게만 알렸는데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나요?
A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 즉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소수의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만 이야기한 경우,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면 공연성이 부정되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Q2: 성폭행으로 고소했는데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무고죄로 처벌받나요?
A2: 그렇지 않습니다. 무고죄는 ‘허위 사실’을 신고했을 때 성립합니다. 단순히 증거가 부족하여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신고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법원 역시 성폭력 피해 신고에 대해 불기소처분이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그 자체를 무고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7. 8. 선고 2020고단2561 판결 무고).

Q3: SNS에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3: SNS는 전파성이 높아 공연성 요건이 쉽게 충족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게시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며, 그 목적이 단순히 가해자를 비방하려는 것이 아니라 추가 피해를 막고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합니다(형법 제310조). 표현 방식이나 내용의 구체성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맺음말

가해자의 역고소는 피해자를 침묵시키려는 또 다른 폭력입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당신의 편에 있습니다. 부당한 위협에 굴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용기 있게 당신의 권리를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또 다른 피해를 막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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