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 성추행, 당사자 합의만으로 해결될까?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가해자들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합의금을 지급하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는 식의 접근법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모든 법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결책일까요?

이 글에서는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서 당사자 간 합의의 법적 효력과 한계, 그리고 알아두어야 할 법적 쟁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이 글은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적 조치가 필요하신 경우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회식자리 성추행 사건 강제추행죄

1. 회식자리 성추행의 법적 성격

가. 형사법적 측면: 강제추행죄 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성추행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 내 상하 관계와 같은 권력관계를 이용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나. 민사법적 측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성추행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노동법적 측면: 직장 내 성희롱

법원은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보므로, 회식자리 성추행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의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이는 같은 법 제12조(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사업주(회사)는 같은 법 제14조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담합니다.

  • 조사 및 피해자 보호 의무: 사업주는 신고를 받거나 사건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 보호 조치를 해야 합니다(제14조 제1항, 제4항).
  • 가해자 징계 의무: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가해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제14조 제5항).
회식자리 성추행 사건 강제추행죄

2. 성추행 사건에서 합의의 효력

가. 형사사건에서의 합의: 처벌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강제추행죄 등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할 수 있는 ‘비친고죄’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와 기소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는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될 뿐입니다.

나. 민사사건에서의 합의: 원칙적으로 유효하나 예외 존재

민사상 손해배상에 관해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합의하면, 원칙적으로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합의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후유증(예: 심각한 PTSD 진단)이 나중에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손해에 대해 추가 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6903 판결 손해배상(자))

회식자리 성추행 사건 강제추행죄

3. 합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가. 형사처벌 가능성

앞서 본 바와 같이, 합의는 양형 참작 사유일 뿐 형사처벌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기소하면 형사재판은 진행됩니다.

나. 회사 내 징계 문제

회사는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개인적인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사규 및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징계는 가능합니다.

다. 재발 가능성과 조직 문화 문제

금전적 합의만으로 사건을 덮는 것은 가해자의 행동 교정이나 조직 문화 개선 없이 문제를 봉합하는 것에 불과하여,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높입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 비밀유지조항을 포함한 합의는 다른 피해자의 발생을 막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회식자리 성추행 사건 강제추행죄

4. 회사(사용자)의 책임

가. 사용자책임의 성립

회식자리 성추행이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하는 등 외형상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경우, 회사는 민법 제751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즉, 회사는 가해자인 직원과 연대하여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손해배상(기)).

나. 회사의 예방 및 조치 의무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사건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소홀히 하여 손해가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회사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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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피해자의 권리와 대응 방법

가. 피해자의 법적 권리

성추행 피해자는 단순히 사건의 대상이 아니라, 법률에 따라 다양한 권리를 보장받는 주체입니다. 주요 권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형사절차 참여 및 정보제공 요구권: 피해자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권리가 있으며(범죄피해자 보호법 제8조), 수사 결과, 재판 일정 등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에 따라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적 절차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신변보호 및 지원을 받을 권리: 보복 범죄의 우려가 있을 경우 국가에 신변안전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범죄피해자 보호법 제9조), 심리상담, 의료지원, 법률구조 등 2차 피해 방지와 회복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14조).
  • 손해배상 청구권: 가해자의 불법행위(민법 제750조)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고통(위자료) 등 모든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민법 제751조), 회사의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회사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6조).

나. 피해자의 대응 방법

  1. 증거 수집: 사건 당시 상황, 시간, 장소, 목격자, 대화 녹음, 메시지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확보합니다.
  2. 신고 및 상담: 회사 내 고충처리 담당자나 외부 성폭력 상담소(여성긴급전화 1366 등)에 상담을 요청합니다.
  3. 의료기관 방문: 필요한 경우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둡니다.
  4. 법적 대응: 경찰에 신고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합니다. 전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식자리 성추행 사건 강제추행죄

6. 합의 시 주의사항

가. 합의 전 법률 상담의 필요성

성급한 합의는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합의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합의의 효력, 적정 합의금, 합의서 문구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나. 합의서 작성 시 유의점

  1. 합의 범위 명확화: 합의가 민사상 손해배상에 한정되는지, 형사상 처벌불원 의사표시까지 포함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2. 합의금 지급 조건: 합의금의 지급 시기, 방법, 불이행 시 위약벌 조항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3. 비밀유지 조항 검토: 비밀유지 조항의 범위와 위반 시 효과를 신중히 검토하고, 과도하게 피해자의 발언을 제약하는 경우 수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4. 추가 손해 발생 시 대응: 합의 당시 예측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조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7. 결론: 합의를 넘어선 근본적 해결을 향하여

회식자리 성추행은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합의는 피해자의 즉각적인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형사처벌 가능성, 회사의 징계 책임, 재발 방지라는 더 큰 과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진정한 문제 해결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으로 사건을 덮는 미봉책에서 벗어나,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제재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개선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존중받는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8. 자주 묻는 질문(FAQ)

  1. 가해자와 합의하면, 더 이상 형사고소는 불가능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강제추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더라도, 수사기관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와의 합의는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양형 사유)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2. 회식자리에서 일어난 일도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나요?
    A. 네,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성희롱이나 성추행도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되어, 회사는 이에 대한 조사 및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집니다.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손해배상(기))
  3. 합의금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요?
    A. 합의금에 정해진 기준은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추행의 정도, 가해 행위의 반복성,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정신과 치료 여부 등), 가해자의 사과 및 반성 정도, 사건이 피해자의 직장 생활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정됩니다.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유사 사건의 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 등을 참고하여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회사에 알리지 않고 가해자와 직접 합의하는 것은 어떤가요?
    A. 가능하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회사에 알리지 않고 직접 합의하면 조용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회사가 사건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거나 가해자를 정식으로 징계할 기회를 없애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합의 이후에도 직장 내에서 가해자와 계속 마주쳐야 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방법이 자신에게 더 유리할지 충분히 고민해야 합니다.
  5. 합의서에 ‘비밀유지 조항’을 넣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가해자 측에서 비밀유지 조항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항에 동의하면, 피해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제3자에게 이야기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다른 잠재적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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