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찍었나요? 이렇게 대처하세요.
사랑하는 연인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지금 얼마나 큰 충격과 불안에 휩싸여 있을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부터 말씀드릴게요. 이건 명백한 범죄이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 상황을 해결할 힘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1. 이건 범죄인가요? “나만 간직할게”라는 말, 믿어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명백한 범죄입니다.
연인 사이라고 해도, 성관계 장면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것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성범죄입니다. 이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무거운 범죄입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나만 간직할게”, “절대 유포 안 해” 라는 말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변명일 뿐입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가지고만 있어도 처벌 대상: 2020년부터 법이 강화되어,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만 있는 행위(소지)도 처벌받습니다. “나만 본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성폭처벌법 제14조 제4항).
- 2차 범죄의 위험: 지금 당장 유포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은 촬영행위와는 별개의 범죄를 구성합니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 삭제 거부 자체가 가해 행위: 영상을 지워달라는 당신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당신의 고통을 외면하고 불안감을 키우는 또 다른 가해 행위입니다.
기억하세요. 잘못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의 없이 카메라를 켠 상대방에게 100% 있습니다.

2.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행동 가이드)
불안하고 막막하겠지만, 침착하게 다음 단계를 따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TEP 1: 증거를 확보하세요.
법적 조치를 위해서는 증거가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차분하게 증거를 모으는 데 집중하세요.
- 대화 내용 저장: “영상을 찍었어?”, “지워줘” 등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인스타그램 DM 등을 모두 캡처해서 저장해두세요.
- 통화 녹음: 남자친구와 통화하게 된다면, 통화 내용을 녹음하세요. “왜 지워주지 않는 거야?”, “언제 찍은 거야?” 등의 대화를 통해 촬영 사실과 삭제 거부 사실을 상대방의 입으로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 제3자의 증언: 혹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그들의 증언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STEP 2: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당신을 도와줄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02-735-8994, 24시간 운영): 가장 먼저 연락해야 할 곳입니다. 이곳은 당신의 ‘원스톱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 삭제 지원: 혹시 모를 유포에 대비해 인터넷상에 영상이 있는지 확인하고 삭제하는 것을 도와줍니다.
- 상담 지원: 지금 느끼는 불안감과 고통을 나눌 수 있도록 심리 상담을 지원합니다.
- 법률·수사 지원: 고소장 작성부터 경찰 조사 과정까지 법률적인 지원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 여성긴급전화 (국번없이 1366, 24시간 운영): 당장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언제든 전화해서 긴급한 상담과 보호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STEP 3: 경찰에 신고(고소)하세요.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고, 영상의 완전한 삭제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경찰 신고가 필수적입니다.
- 가까운 경찰서 방문: 신분증과 확보한 증거 자료(카톡 캡처, 녹음 파일 등)를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에 방문하여 고소장을 제출하면 됩니다.
- 두려워하지 마세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신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또한, 수사관에게 “가해자의 보복이 두렵다”고 말하면 ‘신변보호조치’를 신청하여 신변의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3. 자주 묻는 질문 (FAQ)
- 보복할까 봐 신고하기가 너무 무서워요.
A.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불법 촬영은 관계를 위협하는 ‘실수’가 아니라, 당신의 인격과 삶을 파괴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신고가 두렵다면, 먼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연락해서 상담을 받아보세요. 전문가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다 보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법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 유포된 건 아닌데, 그래도 신고할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유포 여부와 상관없이, 동의 없이 촬영한 행위 그 자체가 이미 완성된 범죄입니다. 유포되지 않았다고 해서 절대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유포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 영상을 완전히 삭제했는지 어떻게 믿을 수 있나요?
A. 솔직히 개인이 100%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여 수사기관이 상대방의 휴대폰,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의 명령을 통해 영상이 저장된 기기를 폐기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해주세요. 당신은 피해자이며, 당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습니다.
잘못은 동의 없이 카메라를 켠 상대방에게 있습니다. 더 이상 혼자 아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세요. 당신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이 당신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 긴급 지원 및 상담 연락처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02-735-8994 (24시간)
- 여성긴급전화: 국번없이 1366 (2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