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만 잡았는데 강제추행? 직장 내 성추행, 어디까지 처벌될까요?
“회식 끝나고 집 가려는데, 상사가 갑자기 ‘모텔 가자’며 손목을 꽉 잡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불쾌한 상황입니다. 많은 분들이 직장 내에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이나 성적인 언행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과연 법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지, 특히 손목이나 어깨처럼 성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부위를 만진 경우에도 처벌이 가능한지 헷갈려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법원은 바로 이 쟁점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이 판례를 중심으로 직장 내 강제추행의 성립 요건과 대처 방안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강제추행죄, 정확히 어떤 범죄인가요?
우리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형법 제298조). 이것이 바로 강제추행죄입니다.
여기서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을 때리거나 상처를 입혀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힘을 가하는 모든 행위(유형력의 행사)를 폭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습추행’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강력한 힘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폭행으로 인정됩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추행’의 핵심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입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추행’의 의미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져야만 추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도15994 판결).
즉,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히 접촉한 신체 부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예: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 행위가 이루어진 경위와 구체적인 방식
- 주변의 객관적인 상황
- 당시의 사회적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보호법익은 바로 ‘성적 자기결정권’, 즉 원치 않는 성적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입니다.
‘모텔 가자’며 손목을 잡는 행위, 왜 강제추행일까요?
기사 속 사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급심에서는 ‘손목’은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므로 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모텔에 가자’는 성적인 의도가 명백한 발언과 함께 피해자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손목을 잡아끈 행위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추행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손목 자체는 성적인 부위가 아닐지라도, 그 행위의 전후 맥락과 동기를 볼 때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행위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법원은 직장 상사가 등 뒤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어깨를 주무른 행위를 추행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이처럼 신체 접촉 부위가 어디인지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그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직장 내 성희롱 vs 직장 내 강제추행, 무엇이 다른가요?
- 직장 내 성희롱: 주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규율되는 문제입니다. 성적인 언동 등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거나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여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하며, 반드시 신체 접촉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행정적 조치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됩니다.
- 직장 내 강제추행: 형법상 범죄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폭행’과 ‘추행’이 있어야 성립하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물론, 하나의 행위가 성희롱과 강제추행에 모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기사의 사례처럼 직장 상사가 지위를 이용하여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했다면 이는 직장 내 강제추행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피해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증거 확보: 가해자와 나눈 메시지, 통화 녹음, 주변 동료의 증언,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 신고: 회사 내 성희롱 고충 처리 부서에 신고하여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보호 조치(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등)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 형사 고소: 경찰에 강제추행 혐의로 가해자를 고소하여 형사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법률 전문가 상담: 이 모든 과정은 법률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싸움입니다. 따라서 사건 초기부터 변호사와 상담하여 증거 수집 방법, 고소장 작성,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해 전문적인 조력을 받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신체 접촉 없이 말로만 성희롱을 해도 처벌되나요?
A. 언어적 성희롱만으로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여 회사로부터 징계 등의 조치를 받게 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만약 통신매체(전화, 문자, 카톡 등)를 이용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이라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라는 별도의 범죄로 형사처벌될 수 있습니다.
Q2. 가해자가 ‘친근감의 표시였다’, ‘격려 차원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처벌이 안 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가해자의 주관적인 의도와 상관없이,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면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의 변명보다는 피해자의 입장과 당시의 객관적 상황을 더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Q3. 사건이 있고 한참 뒤에 고소해도 되나요?
A. 네, 가능합니다. 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따라서 범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는 고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4. 직장 내 강제추행으로 고소하면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요.
A. 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주장하거나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2차 가해가 걱정되신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은 결코 ‘사소한 장난’이나 ‘실수’가 될 수 없습니다. 이는 개인의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범죄입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권리를 지키시길 바랍니다.
면책공고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별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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